입대

입대 · 第 1 章

제1장 입소

두 시간을 서 있었다.

막사 건물들은 2층이었다. 붉은 벽돌 외벽인데, 일부는 회색으로 덧칠해 놓았다. 덧칠이 벗겨진 자리마다 붉은 벽돌이 드러났다. 마치 살이 벗겨진 것처럼.

콘크리트 포장은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고, 그 틈 사이로 이름 모를 풀이 자라 있었다. 정문 위 간판의 페인트는 벗겨져 한자가 겹쳐 보였고, 그 위에 한글로 덧칠한 자국이 있었다. 훈련소라는 글자의 '련' 자가 반쯤 지워져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키가 작고 어깨가 좁았다.

"야, 여기 한국인 많아?"

"…모르겠어요."

"나 한국어 잘 못해서. 대만에서 태어난 건데."

뒤쪽에서 더 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남자였다.

"두 시간째 뭐 하는 거예요? 세우기만 하고."

그 옆에 있던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준비 안 됐나 보지."

"그러면 말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아무도 안 오잖아."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바람 소리만 들렸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이 낮은 소리를 냈다.

키가 작은 남자가 건물 쪽을 올려다보았다.

"저 건물, 벽돌이 일본식이야."

"일본식?"

"옛날에 지은 거야, 여기. 아버지가 말했어. 이런 낡은 건물은 조심하라고."

"뭘 조심한다는 거예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오래된 데는 오래된 대로 문제가 있다고."

그 뒤로는 말이 없었다.

구두 소리가 들렸다. 건물 안쪽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중간 키에 얼굴이 마르고, 눈 밑에 그늘이 있었다. 계급장은 고급 부사관. 서류 뭉치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훈련병들을 한 번 쭉 둘러봤다.

"줄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 눈치들이었다.

"줄 서. 두 줄. 빨리."

웅성거리며 줄을 섰다. 중국어로 떠드는 놈도 있었고, 어디로 서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놈도 있었다.

"이름 확인한다. 대답만 해."

서류를 하나씩 읽었다.

"김도현."

"네!"

"이준서."

"네!"

이름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조장은 서류만 보았다.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다 서류를 넘기는 손이 멈췄다.

"…박정우."

"네."

조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를 봤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조장의 표정이 변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놀란 건지, 확인한 건지. 그냥 한 번 더 본 건지. 눈이 나를 한 번 더 훑고 갔다.

표정을 풀고, 다음 서류로 넘어갔다.

"장비 수령. 이쪽으로."

좁은 창구를 통해 물건이 나왔다. 점퍼 한 벌, 티셔츠 두 장, 운동화 한 켤레, 모포 한 장. 전부 누가 쓰다 준 것처럼 헐렁하고, 색이 빠져 있었다.

키 큰 남자—이준서—가 점퍼를 펼쳐 보았다.

"이거 사이즈 잘못 준 거 아니야?"

그 옆의 남자가 운동화를 들어 올렸다. 밑창이 갈라져 있었다.

"밑창이 갈라졌어요."

조장이 돌아봤다.

"교환 안 해. 그대로 신어."

"잠깐만, 이거 신고 훈련하면 다치는데—"

"여기 온 사람 중에 안 다친 사람 없어."

아무도 더 말하지 않았다.

장비를 들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 바닥에 리놀륨이 깔려 있었다. 한쪽 구석이 들떠 있어서 밟으면 소리가 났다. 천장이 낮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 형광등 불빛이 고르지 않아서 복도 중간쯤이 유독 어두웠다. 그 어두운 구간을 지날 때, 벽면의 페인트가 갈라진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균열이 어딘가 형태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갈라진 페인트였다.

이층 침대가 두 줄로 늘어선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 냄새가 있었다. 곰팡이 냄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냄새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이준서가 코를 찡그렸다.

"야, 여기 냄새 안 나?"

운동화 밑창이 갈라진 남자—김도현—이 냄새를 맡았다.

"나도. 뭐, 곰팡이?"

"사람 냄새 같아."

"…뭐?"

"아 아니, 그냥 오래된 데 다 이런 거지."

침대를 정하려고 서로 눈치를 보았다. 나는 구석 쪽 아래 침대를 가리켰다.

"여기 해도 돼요?"

키가 작은 남자—대만에서 태어났다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위."

이준서가 나를 보았다.

"야, 구석이 제일 좋은 거야? 아님 제일 나쁜 거야?"

"모르겠어요."

피식 웃고는 위쪽 침대에 올라갔다.

모포를 폈다. 표백제 냄새가 났다. 빨래는 제대로 했는데, 원래의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모포를 덮고 누우니 천장이 바로 코앞이었다. 윗침대의 철프레임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밤이 되었다. 열 시.

문이 열렸다. 조장이 들어왔다.

"열 시. 소등."

스위치를 껐다. 방이 어두워졌다. 복도 형광등의 잔광이 문 아래 틈으로 비쳤다. 그 빛이 복도 바닥 위에 가느다란 선을 만들었다.

"개인 행동 금지. 화장실은 신고하고 가. 질문?"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조장이 나가면서 말했다.

"내일부터가 진짜야."

문이 닫혔다. 구두 소리가 복도를 지나 멀어졌다.

이준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가 뭔데."

김도현이 대답했다.

"자."

"잠이 와? 두 시간 서 있었는데 온몸이 뻐근한데."

위쪽 침대에서 대만에서 왔다는 남자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그래도 자."

대화가 끝났다.

바깥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건물이 가끔 삐걱거렸다. 나무와 콘크리트가 온도 변화에 반응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이니까. 일제시대 때 지었으니까. 그런 소리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 잠이 오려 했다. 몸이 피곤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트럭에 실려 와서, 두 시간을 서 있었다. 몸이 먼저 쓰러져야 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모포 안에서 몸을 웅크렸다. 형광등 잔광이 문 아래로 비치고 있었다. 그 선을 보고 있으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위에서 나는 소리였다.

발자국 소리.

규칙적인 발걸음이었다. 사람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는 소리. 한 발, 한 발, 리듬이 있었다.

위층이었다.

우리는 2층에 있었다.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잠겨 있었다. 입소할 때 확인했다. 이 건물 2층 끝에 방이 네 개 있고, 그 뒤로는 벽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발자국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방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위쪽 침대에서 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대만에서 왔다는 남자는 자고 있었다. 이준서도 자고 있었다. 김도현도 자고 있었다. 방 안에 숨소리가 네 개뿐이었다.

발자국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모포를 목까지 끌어올렸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소리를 계속 들었다. 움직이고 있었다. 방 위를 지나가고, 돌아오고, 다시 지나가고.

눈을 감았다. 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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