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입대 · 第 2 章

제2장 보초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다. 모포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천장의 철프레임을 올려다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반복했다. 발자국 소리는 언제 멈췄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안 들리고 있었는데, 그게 소리가 멈춘 건지 내가 더 이상 듣지 못하는 게 된 건지 분간이 안 됐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녹색 숫자가 1:48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준서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위쪽 침대에서는 대만에서 왔다는 남자의 숨소리가 더 느리고, 더 깊었다. 김도현은—엎드려 자고 있었다. 베개 위에 팔을 얹고, 얼굴을 묻고.

1:49.

1:51.

몸을 일으켰다. 모포를 밀어내고 발을 바닥에 내렸다. 리놀륨이 차가웠다. 양말을 신었는데도 차가웠다. 전투복을 집어 입었다. 밤새 의자에 걸쳐놔서 온기가 다 빠져 있었다. 소매를 팔에 감을 때 소름이 돋았다.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준서가 움직였다. 아랫칸에서 반쯤 눈을 뜨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야. 보초."

"알아."

"씨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나도 오늘 새벽인가 싶었는데. 너구나."

"……."

"전등불 켜져 있나."

"켜져 있어."

"담배 물고 나가. 바람 좀 맞아야 정신이 들어."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더 말을 걸지 않았다.

부츠를 신었다. 끈을 묶는데 손가락이 굳어서 잘 안 됐다. 매듭을 두 번 다시 묶었다. 일어서서 잠바 지퍼를 목까지 올렸다.

문을 열었다. 복도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중간쯤이 유독 어두운 건 여전했다. 그 어두운 구간 너머로 누군가 서 있었다.

조장이었다.

손전등을 바닥에 비추고 서 있었다. 내가 나오자 손전등을 한 번 까딱했다.

"박정우."

"넵."

서류를 한 장 들여다보았다. 1장에서 이름 점호할 때 봤던 것과 같은 서류 뭉치. 한 장을 넘기고, 다시 넘겼다. 멈췄다.

"3번 초소. 막사 뒤편."

"넵."

"전방위경계."

"넵."

조장이 손전등을 내렸다. 얼굴이 반쯤 어둠에 묻혔다. 입 꼬리가 내려가 있었다. 짜증인지, 피곤한 건지, 다른 건지.

"뒤도 봐."

평소 같았으면 묻는 말이다. 보초를 서는데 왜 뒤를 봐야 하는지. 근거리 경계는 전방이고, 후방은 담장이고, 교대는 정시에 오는 건데. 하지만 묻지 않았다. 조장의 표정이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2시간. 4시에 교대 오면 바로 들어와."

"넵."

"돌아다니지 마."

마지막 말이 복도에 매달렸다. 돌아다니지 마. 새벽에 훈련소를 돌아다닐 이유가 있어야 그런 지시가 나온다.

조장이 돌아섰다. 구두 소리가 복도를 지나 멀어졌다. 어두운 구간을 지날 때 소리가 잠시 작아졌다가, 다시 커졌다. 사라졌다.

막사 뒤편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다. 자갈이 깔려 있었는데, 자갈이 제멋대로 깔려 있어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발소리를 줄이려고 발끝으로 걸어보았다. 소리가 줄어들긴 했는데, 그러면 걸음이 느려졌다. 느려지면 주변 소리가 들렸다. 바람. 산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

3번 초소가 보였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쌓은 작은 공간이었다. 1미터 반 정도. 천장은 없었다. 파이프 탁자 하나, 의자 하나. 형광등 하나가 달려 있었는데,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깜빡이는 주기가 일정하지 않았다. 3초, 2초, 4초, 1초.

초소 안에 들어갔다. 의자에 앉지 않고 섰다. 전방을 보았다.

담장이 있었다. 높이 2미터 반쯤. 콘크리트. 담장 너머로 산이 보였다.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었고, 그 너머는 어둠뿐이었다. 달이 있었다. 반쯤 구름에 가려진 달이 산 능선 위에 걸려 있었다. 달빛이 담장 위를 비추고 있었다. 담장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20분은 그냥 춥다였다. 2월 새벽. 손이 곱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양말 안으로 찬바닥의 냉기가 올라왔다. 어깨를 웅측렸다. 전방을 보았다. 담장. 산. 나무. 바람.

아무것도 없다.

20분이 지나자 몸이 추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적응한다는 건 감각이 둔해진다는 뜻이었다. 손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발도. 대신 다른 감각이 올라왔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산 아래라 바람이 분다. 초소 뒤는 담장이니까 바람이 담장에 부딪혀 돌아올 수 있다. 그것이 등줄기를 스치는 거다. 합리적이다.

전방을 보고 있었다. 담장 위에 아무것도 없다. 산은 검은 덩어리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다. 시야 안에 움직이는 건 나뭇가지뿐이다.

그런데 등 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다.

—뒤도 봐.

조장의 말이 떠올랐다. 왜 그 말을 했는지. 보초 교대 지시에 그런 말은 없다. 전방위경계라는 건 360도를 본다는 뜻이지, 뒤를 조심하라는 뜻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담장의 콘크리트 면이 형광등 빛을 받아 회색빛으로 서 있었다. 담장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담장과 초소 사이에 자갈밭이 있었다. 자갈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내 발자국 외에 자갈이 밟힌 자국이 없었다.

앞으로 돌아섰다. 3초.

등 뒤에 시선이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했다. 바람이 아니다. 바람은 방향이 바뀐다. 세기가 바뀐다. 이건 일정했다. 목 뒤 한 점을 향해 집중되어 있었다. 누군가 등 뒤에 서서 내 목 뒤를 보고 있다.

돌아보았다. 없다.

돌아섰다. 있다.

같은 자리였다. 담장. 자갈. 형광등. 형광등이 깜빡였다. 2초. 3초. 1초.

1장에서 들었던 발자국 소리를 떠올렸다.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방 위를 오갔던 발자국.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는 소리. 리듬이 있었다. 멈추지 않는 리듬.

지금 시선에도 리듬이 있었다. 끊기지 않았다. 내가 돌아볼 때 사라지고, 돌아서면 다시 시작되었다. 사이에 빈 시간이 없었다. 돌아서는 순간 이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세 번째로 돌아보았다. 없다. 담장에 금이 가 있었다. 아까는 안 보였는데. 아니, 있었을 수도 있다. 어둠 때문에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금이다. 건물이 오래됐으니 금이 가는 건 당연하다. 2층 막사도, 복도 벽도, 다 금이 가 있었다.

돌아섰다. 시선이 있었다. 목 뒤가 서늘했다.

바람이라고 말하려 했다. 2월이고 산 아래니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시선을 만들 리가 없다. 시선은 사람이 만드는 거다. 눈이 있어야 시선이 있다. 눈이 있으려면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있으려면—

형광등이 꺼졌다. 1초. 켜졌다.

돌아보았다. 없다.

돌아섰다. 있다. 가까워졌다.

아까보다 가깝다. 목 뒤가 아니라 어깨 사이. 등판 한가운데. 시선의 무게가 달라졌다. 얇던 게 두꺼워졌다. 점이 면이 되고 있었다.

다섯 번째에는 돌아보지 않았다. 참았다. 10초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시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넷, 다섯, 여섯. 등줄기에서 한기가 퍼져 올라갔다. 일곱, 여덟. 손가락 끝이 저렸다. 아홉—

형광등이 꺼졌다. 2초. 3초. 켜지지 않았다. 4초.

깜빡임의 주기가 아니었다. 정전이었다.

어둠 속에서 시선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명해졌다. 보이지 않으니까 다른 감각이 올라왔다. 등 뒤의 공기가 달랐다. 온도가 달랐다. 앞의 공기는 차가운데, 등 뒤의 공기는—차갑지 않았다. 무언가 열기를 가지고 가까이 있었다.

형광등이 켜졌다.

시선이 없었다.

등 뒤의 공기가 다시 차가워져 있었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3:50. 교대가 가깝다. 10분이다. 10분만 버티면 된다.

버텼다. 전방을 보았다. 담장. 산. 나무. 바람. 시선이 돌아오지 않았다. 형광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3초. 2초.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1초. 1초.

3:52.

초소 밖으로 나왔다. 자갈을 밟았다. 발소리가 났다. 내 발소리였다. 확인했다. 내 발소리 맞다. 한 발, 한 발.

저쪽에서 인영이 보였다. 걸어오고 있었다. 김도현이었다. 전투복 위에 잠바를 걸치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가까이 왔다. 내 얼굴을 한 번 보았다.

"일어나."

"……."

"왜."

"아니."

시선을 피했다. 자갈밭을 보았다. 내 발자국을 보았다. 자기 발자국을 내려다보았다.

"들어가. 춥다."

"도현아."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를 당기고 앉았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앉았다. 나를 보지 않았다.

"빨리 들어가."

돌아서서 걸었다. 자갈을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김도현이 보일 것이다. 김도현 뒤에 담장이 보일 것이다. 담장 뒤에 산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돌아보지 않았다.

막사에 들어왔다. 복도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중간쯤 어두운 구간은 여전했다. 방 문이 열려 있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이준서가 침대에 걸터앉아 부츠 끈을 묶고 있었다. 묶고, 풀고, 다시 묶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 손이 멈추었다.

나를 보았다.

평소의 눈이 아니었다. 이준서는 항상 눈이 풀려 있었다. 졸려서, 귀찮아서, 관심이 없어서. 지금은 달랐다. 동공이 수축되어 있었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부츠 끈을 다시 당겼다.

"안 잤어?"

"……응."

"왜."

대답이 없었다. 끈을 당기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준서야."

한박자 늦었다.

"아, 그냥. 못 자서."

이준서가 못 자서 조용히 있는 건 이상했다. 잠이 안 오면 징징거리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가거나, 누군가를 깨워 말을 걸었다. 조용히 부츠 끈을 묻고 있는 건 이준서가 아니었다.

샤워실 쪽에서 문이 열렸다. 김도현이 나왔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었다. 얼굴에 물기가 있었다. 수건이 축축했다. 얼굴을 닦는 것치고는 너무 젖어 있었다. 씻은 게 아니라—얼굴에 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초소는?"

수건을 내려놓았다. 이준서를 한 번 보았다. 이준서는 못 본 척했다. 부츠 끈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교대 왔어."

"누가?"

김도현이 자기 침대로 갔다. 누웠다.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렸다.

"조장님이."

조장이 새벽 4시에 직접 초소 교대를 서러 갔다. 교대는 동기끼리 하는 거다. 조장이 나올 이유가 없다. 조장이 나왔다는 건, 정해진 교대 인원이 아니라 조장이 직접 움직였다는 뜻이다. 왜.

"조장님이 직접?"

"들어와."

"무슨 일 있었어?"

대답이 없었다. 이불 위로 숨소리만 들렸다. 규칙적인 숨소리. 자는 척하고 있었다. 분명히 자는 척이었다. 3분 전에 샤워실에서 나온 사람이 벌써 잘 리가 없다.

이준서가 일어섰다. 스치며 지나갔다. 어깨가 부딪혔다. 세게.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를 세기.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의 독백에 가까운.

"신경 쓰지 마."

5시 20분. 대만에서 왔다는 남자가 먼저 일어났다. 소리 없이 내려와서 실내화를 신었다. 나를 한 번 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세면대 쪽으로 갔다.

5시 30분. 문이 열렸다.

조장이 들어왔다.

"기상. 전원 위생 점검. 10분."

평소와 같은 목소리. 평소와 같은 속도. 평소와 같은 구두 소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준서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김도현이 이불을 걷어냈다. 대만 출신 동기가 세면대에서 나왔다.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늘 제식 훈련. 7시 집합."

조장이 방을 한 번 둘러보았다. 시선이 나에게서 멈추었다. 1장에서와 같았다. 1초도 안 되는 시간. 표정이 변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다음 사람에게 시선이 넘어갔다.

"질문?"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조장이 나갔다. 구두 소리가 복도를 지나 멀어졌다.

이준서가 내 옆을 지나갔다. 작은 목소리.

"어젯밤."

본다.

이준서의 입이 열려 있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입 모양이었다.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돌아서서 걸어갔다.

위쪽 침대에서 대만에서 왔다는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 남자가 입을 열었다.

"벽."

"……."

"벽에. 균열."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내 침대 옆 벽. 내가 누워서 올려다보는 벽.

페인트가 갈라진 자국이 있었다. 1장에서 봤던 자국. 균열이 어딘가 형태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갈라진 페인트였다.

그 남자는 더 말하지 않았다. 위로 올라갔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샤워실에서 물 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걸어가고 있었다. 규칙적인 발걸음.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는 소리.

발자국이 멈추었다. 문 앞에서.

문은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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